
Change
by.여 혜화
* 유혈 묘사가 있습니다.
쳐라!
성화의 굵은 목소리가 황폐한 평야에 가득 울려 펴졌다. 외침을 들은 그들의 군사들은 일제히 앞으로 뛰어나갔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빼앗아라!”
군사들의 눈빛이 일제히 변했다. 모두가 무기를 손에 들고 사람들의 것을 하나하나 빼앗았다. 여기저기 붉은 피가 튀었고, 비명이 넓은 들판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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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이 전쟁을 그만둬요. 여기서 그만둬요. 모두에게 남는 게 없는 전쟁이라는 거 알잖아요. 폐하 제발, 네? 제발 전쟁을 멈춰요, 제발…”
“황후, 황후는 정녕 모두가 잃는 전쟁이기에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 맞나요? 혹시, 군사들의 우두머리 박성화가 다칠까 봐, 그를 잃을까 봐 그만두라는 것 아닌가요?”
“폐하…”
상대 군사들의 침입을 대비해 미리 대피한 황제와 홍중 사이에 으스스한 기운만 가득했다.
“내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군요, 황후. 똑똑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멍청했네요?”
“폐하, 그런 게 아니에요. 제 말 좀 들어 주,”
“닥쳐. 한낱 평민 따위를 거둬 황후 자리에 앉혔더니, 뭐? 기사단장과 외도를 해? 다른 누군가가 알았다면 사형감이겠지만, 알고 있는 게 나 하나라 살려뒀으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입 닥치고 박성화가 죽어가는 걸 지켜봐.”
“폐하 제발… 전쟁을 멈춘다면 폐하만 바라볼게요. 박성화도 더 만나지 않을게요, 네? 제발…”
황제는 홍중과 있던 방을 나와 문을 잠갔다. 문이 잠기는 소리에 홍중이 문을 두드렸지만, 황제는 소리를 뒤로하고 전장으로 향했다.
“황후는 갇혀서 우리 모두의 죽음을 지켜보세요. 그게 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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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박성화를 데려오너라. 다른 누구도 이곳에 발을 들이게 해서는 안 돼.”
“네, 폐하.”
황제의 명령으로 성화에게 가던 기사 단원은 성화의 방 앞에서 멈췄다. 방 안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가 그를 멈출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전쟁만 끝나면 쿠데타를 일으킬 거야.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은 국가의 군대와 맞서고, 다른 소수는 황후를 모셔 와야 해. 그게 우리가 쿠데타에서 승리를 가져올 유일한 방법이야.”
박성화의 쿠데타. 늘 황제에게 충성을 다 하던 그가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 문 밖의 기사 단원은 큰 결심을 하고 성화의 문을 두드렸다.
“폐하가 보낸 사람이냐.”
“…예, 단장님.”
“함께 할 것인지, 아니면 발설하고 같이 죽을 것인지 선택하거라. 폐하께 다녀올 테니 그때까지 선택해야 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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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부르셨습니까.”
전쟁이 진행되는 중에도 기생들을 데리고 놀던 황제와 기생들의 시선이 성화에게 집중되었다. 그래, 할 말이 있으니 잠시 조용히 대화하자꾸나. 황제의 말에 기생들이 모두 밖으로 나갔다.
“황후와의 외도를 언제까지 숨길 생각이었지?”
“폐하 그건,”
“이번 전쟁에서의 공이 널 살릴지 죽일지 결정할 것이야. 만약 전쟁에서 패한다면 그 자리에서 자결하라.”
“…명 받들겠습니다.”
나가 봐. 황제의 명, 홍중과 본인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성화에게는 큰 과제였다. 이번 전쟁은 약소국이었기에 쉬운 편이었지만, 약소국이라고 얕잡아 봐서는 절대 안 될 것. 이미 중견국을 치고 올라온 나라이기에 더욱 얕잡아 봐서는 안 됐다.
“반드시 승리를 안겨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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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방에 갇혔던 홍중은 작은 창문을 통해 밖의 상황을 보고 있었다. 밤이 되면 혹여 습격이라도 할까, 낮이 되면 차마 못 볼 모습이라도 봐야 할 것 같아서.
유독 그날따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홍중은 창문으로 밖을 보다가 스르륵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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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천장, 낯선 주변의 소리. 그리고 낯선 침대. 몸이 안 좋은 건 알았지만 눈을 뜬 홍중은 더욱더 좋지 않은 몸에 몸을 일으켰다.
“아직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좀 더 쉬십시오.”
“여긴… 어디죠?”
“무슨 소리십니까, 단장님.”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걸 느낀 홍중.
“단장님?”
“박성화…”
“왜 그러십니까. 어디 불편한 곳 있습니까? 사람 부를까요?”
그렇다. 홍중의 혼이 성화의 몸에 있는 것. 그렇다면 성화는?
“뭐지…?”
유독 가벼운 몸에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눈을 감기 전과 다른 풍경이었다. 무엇보다 성화가 있는 방은 홍중의 물건으로 가득한 홍중의 또 다른 방이었다.
“몸이, 바뀐 거야…?”
성화가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황후마마…”
김홍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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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님, 아직 몸이 안 좋으신 겁니까. 내일이 당장 마지막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앞쪽에 위치할까요?”
“…아뇨. 제가, 제가 앞에 설게요.”
성화가 있던 전장은 홍중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잔인하고, 훨씬 무서운 곳일 것이다. 그러나 몸이 바뀌었다고 전장에 나가지 않을 수도 없는 법. 이 전쟁이 끝나야만 했다.
“쿠데타는 계획대로 진행하실 예정입니까?”
쿠데타라는 말에 홍중, 아니 성화는 눈이 커졌다.
“함께하게 해 주십시오, 단장님. 부탁드립니다.”
성화의 쿠데타 계획을 알 리가 없는 홍중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갑자기 쿠데타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인지 물어보질 않나, 본인도 함께하겠다고 오질 않나. 무엇보다 쿠데타라니. 홍중은 순간 어지러움에 짧은 탄식과 함께 눈을 감았다.
“쉬십시오, 단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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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중이, 김홍중이 나가야 하잖아… 쿠데타도 김홍중이…”
“황후?”
황제가 방으로 들어왔다. 홍중과 성화의 영혼이 바뀌었다는 것을 모를 황제는 전처럼 홍중에게 다가가 귓바퀴를 물었다.
“박성화가 다친 것을 보니 기분이 어때?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지 않아?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죠, 황후? 내가 죽이기라도 했소?”
박성화는 주먹을 꽉 쥐었다. 홍중의 몸으로는 본인의 힘을 모두 표출할 수 없었다. 천성이 착하고 약한 홍중이었기에 홍중의 몸을 한 성화는 그저 힘없는 한 나라의 황후일 뿐이었다.
“내일이면 모든 전쟁이 끝이라고 하니, 박성화도 죽겠군요.”
“죽는다니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본능적으로 눈에 눈물이 차기 시작했다. 아무리 영혼이 바뀌었다 한들, 죽어가면서 느낄 고통은 홍중에게로 갈 것. 성화는 고개를 떨구었다. 모두 본능적이었다.
“황후, 그저 모든 걸 지켜만 보세요. 박성화가 죽는 것도, 당신에게서 멀어만 가는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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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중은 성화의 모든 것을 챙겨 전쟁터로 향했다. 칼을 쥐고 있는 손이 떨린다. 홍중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갇혀있던 곳에서 들었던 것을 소리쳤다.
“쳐라!”
일제히 군사들이 앞으로 나아갔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군사들,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군사들. 멀리서만 지켜보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홍중은 눈을 감았다가 뜨고 칼을 고쳐 쥐었다.
“차라리 내가 끝낼게요. 쉬어요.”
홍중은 앞으로 나아가 하나둘 칼로 베기 시작했다. 온몸에 튀는 피와 칼로 베는 느낌 모두 홍중과 맞지 않았다. 홍중에겐 그저 낯선 환경이었다.
점점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앞으로, 더 앞으로 나아가 승리를 거두었다. 모두가 일제히 환호를 보냈다. 홍중은 칼을 떨구며 손을 덜덜 떨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당신은, 당신은 어떻게 이걸… 이걸 어떻게 버틴 거예요…? 대체 어떻게…”
성화와 홍중이 동시에 힘이 풀리며 눈이 감겼다.
눈이 뜨이는 순간,
“돌아왔다…”
“됐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홍중에게 더는 이 광경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안심한 성화와 달리 홍중은 성화가 다시 그곳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제발, 제발 아무 일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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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진행한다. 소수의 인원은 나를 따르고, 나머지는 황후마마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 마마께 단 하나의 상처도 용납되지 않는다. 살아서 이곳에 모이는 것이 우리의 두 번째 목표다. 반드시 성공하자.”
예! 군사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크게 심호흡을 한 번 내쉰 성화는 목에 있던 목걸이를 한 번 꼭 쥐고 칼을 쥐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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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다치지만 말아 줘요… 제발…”
홍중의 중얼거림을 제외하면 조용한 방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시죠?”
잔뜩 날을 세운 홍중이 문에 가까이 갔다.
“단장님의 지시를 받고 왔습니다. 곧 폐하가 이곳을 올 겁니다. 그 전에 이곳을 나가셔야 합니다.”
“쿠데타라… 시작되었나요?”
긍정의 침묵이었다. 홍중은 급히 성화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챙겨 문을 열었다.
“안전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홍중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입술에 피가 맺혔다.
“기사단장은, 괜찮은가요?”
돌아오는 건 침묵이었다.
“다친 거예요?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직접 폐하께 가셨습니다.”
“그게 무슨…”
홍중은 몸을 돌려 황제가 있을 방으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고 했지만, 뒤에서 보호하던 이들에 의해 갈 수 없었다.
“단장님은 강한 분이십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단장님은 마마께서 다치는 게 더 아프실 겁니다. 어서 가셔야 합니다.”
홍중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차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 풀린 홍중은 다른 이의 부축을 받으며 성 부근 안전한 곳에 도착했다.
“부디 다치지 말고 돌아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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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방 앞에 도착한 성화는 칼을 한 번 고쳐 쥐고 문을 발로 차 열었다.
안에 있던 황제와 그의 옆에 있던 여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성화에게 향했다.
“끝까지 이러시는군요, 폐하.”
“결국, 살아 돌아왔군요. 굳이 사람들을 보내지 않아도 되지 않겠소?”
그러시죠, 다 죽여버리면 되니까. 성화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방에 있던 모든 사람을 칼로 베었다. 방은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홍중과 성화는 힘이 풀려 눈이 감겼다.
눈을 뜬 홍중은 제 앞에 보이는 황제와 그의 여인들의 시체를 보고 눈물만 흘렸다. 결국, 박성화는 또 이런 것을 직접 행동하였다. 어딘가 욱신거리는 느낌에 어깨를 만지니 언제 다쳤는지 모를 상처가 자리하고 있었다.
“멍청해… 상처도 모르고 이런 짓을 한 거냐고…”
눈을 뜬 성화는 탄식을 내뱉었다. 아직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는데 홍중과 영혼이 바뀌었다. 홍중이 그 광경을 보았을 생각에 그저 미안한 마음만이 가득했다.
“조금만 더 늦게 바뀌었더라면…”
홍중은 그곳을 빠져나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군사들과 성을 빠져나와 그곳을 불 질렀다. 이유는 몰랐다. 그저 본능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타들어 가는 성을 보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몸에 힘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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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홍중과 성화. 성화는 급히 홍중을 찾아갔다.
“멍청아… 너 다쳤다고… 어깨 다쳤다고…”
“울지 마요. 왜 울어요. 나 다쳐서 그래요? 미안해요. 이제 다 끝났어요.”
홍중이 눈물을 흘리며 성화에게 입을 맞추었다. 성화는 홍중의 행동에 더욱더 깊게 입을 맞추었다 떼었다.
“평생 웃게만 해 줄게요.”
승리와 성공이 함께한 그들의 약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