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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밝히는 별의 조각
by.크티

 

 

 아주 오래전, 잃어버린 친구가 있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그 친구의 행방은 아직도 알 수 없는 의문이었다. 키가 다 자라기도 전, 볼에 젖살이 가득하고 웃는 게 아무런 꾸밈없이 해사하던 너 그리고 우리. 이렇게 햇살이 눈이 부시게 좋은 날이면 문득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해주고 떠난 말이 생각난다.

 

 ‘미래에서 기다릴게.’

 

 그때, 네가 남기고 떠난, 어린 날의 나는 절대 의미를 알 수 없던 그 말은, 지금의 나를 살게 했고. 눈앞이 흐릿해지도록 외로운 날에는 나에게 따뜻한 품이 되어주었지.

 

 그래서, 하여 나는,

 

 몇 년이 지나도 나의 매일을, 모든 감각을 한결같이 저릿하게 만들었던 너를, 나는 이제 되찾아보려 한다. 시간을 초월하여, 그 기나길 여정의 끝을 향해 턱 끝까지 차오를 숨을 온몸으로 들이키며. 분명 차갑고 쓰라릴 그 바람을 원동력으로 삼으며.

 

 또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나의 전부인 너를 향하여.

 

 

 

 

 

 W. 크티

 

 

 

 

 

 아.

 

 한눈에 봐도 묵직해 보이는 문학 서적이 홍중의 머리를 강타했다. 일어나 이놈아, 새 학기 첫날부터 잘하는 짓이다. ……넵, 죄송합니다. 혀를 차며 돌아서는 담임의 뒷모습을 보다 머쓱하게 목덜미나 긁적였다. 새 학기라고 해봤자 어차피 뭐 달라진 기분도 아닌데. 괜스레 창피한 기분에 입술을 삐죽거리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홍중을 놀리는 건지, 참 애석하게도 날씨는 눈이 아릴 정도로 끝내줬다. 근래 느꼈던 나날 중, 최고로 맑은 수준으로. 홍중은 파란 도화지를 닮은 하늘에 자연스럽게 넋을 놓아 흘러가는 풍경을 관찰했다.

 

 …….

 

 선명하게 들어차는 따끔한 햇빛에도, 두어 번 눈을 깜빡거리고 꾸준히 그들을 응시했다. 새들은 높이 날아오르고 구름은 빠르게 자리를 뜨며 허공에 흩날렸다. 간혹가다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꽃가지들은 마치 시선을 마주치는 홍중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 신이 나 보였다.

 그리고, 낡은 나무로 된 책상에 늘어져 있는 김홍중은 그들과 어울려 허공에 흩날리지 못해 교실 구석에 박혀 이 모든 풍경을 동경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에휴. 신세나 한탄해야 하는 저의 상황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누군가에게는 설렘이 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긴장감에 목이 턱턱 막히는 순간이 되는 오늘은 8월의 마지막 조각. 새 학기의 첫날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홍중은 이 순간의 설렘을 즐기지 않았다. 현재에 시간이 아닌 과거의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일주일 전, 아직도 꿈보단 생생하고 현실보단 이질적인, 노을 지던 그 시간을 바라봤다.

 

 

 

-

 

 

 

 방학 특강이 막바지로 불타오른 날, 아침 9시에 끌려가 오후 5시까지 내내 문학, 수학, 영어에 화룡점정으로 사회탐구까지 순서대로 도장 깨기를 하였다. 아 더워. 안 그래도 하루 온종일을 취미로 두지도 않는 공부에 붙잡혀 살아 신경은 온통 예민함에 절여져 있었다. 그런데 이놈의 여름이란, 열기가 도통 식을 줄을 모르고 점점 차오르고만 있었다. 안 그래도 예민한 신경을 더욱 긁어버리고 있다는 뜻이다. 머리는 지끈지끈, 눈앞은 어질어질. 홍중은 저가 걷고 있는 이 거리가 아지랑이로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인지, 아니면 진짜 불판 위인지 쓸모없지만 진지한 고찰을 하며 의미가 불분명한 손부채질이나 열심히 하였다.

 부채질을 하지 않는 다른 한쪽 손엔 좋아하지도 않는, 맛대가리라곤 하나도 못 느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려있었다. 얼음이 든 플라스틱 컵과 열기의 온도가 맞지 않아 자꾸만 맺히는 이슬이 홍중의 손가락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 달가운 기분이 아니었다.

 

 가방에 들어있는 수능특강의 무게 역시 어지간히 버거웠고, 가방을 들춰 멘 어깨 근육은 덕분에 하루도 박살 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한 달이 내내 쉬는 날인데도, 이놈의 학원에 매일을 출석하느라 휴일이 휴일 같지가 않았다. 지긋지긋해 진짜. 그냥 이젠 별게 다 짜증이 났다. 인정한다. 여름특강을 하면서 그렇게 순둥하던 성격은 어디로 실종된 건지 아주 개차반이 되었다. ……에라이, 입시 개시발. 이조차도 김홍중은 쫄보라 지나가던 사람 들을까 싶어 마음속으로만 외쳤다. 남의 눈치 보느라 마음껏 소리도 못 지르고,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만 반복해야 하는 매력 없는 삶.

 

 홍중의 십 대 마지막 여름은 이렇게 끈적한 열감과 학원의 인위적인 에어컨 바람에 찌들며, 하루하루 낭비되고 있었다.

 

 

 

 

 

 이런 불편한 상황 속에서, 우연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환경을 틈타 발생한다. 저녁에 혼자 익숙한 거리를 걷거나, 집에서 밥을 먹을 때나. 그러니까. 굳이 상상하지 않는 그런 일상 속에서. 지금 같은 경우도 해당했다. 홍중은 숙제를 산더미처럼 쌓아주는 학원이나 씹어대며, 집으로 향하는 익숙한 거리를 힘없이 걷고 있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그 아이를 마주쳤다.

 

 동네가 오래된 덕에 어지간한 건물은 부식된 부분을 빼놓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드나드는 놀이터의 철봉은 끝부분부터 얼룩덜룩한 녹이 서려 있었고 그네의 이음새에선 움직일 때마다 누군가의 비명소리와 같은 마찰음이 들렸다. 그랬기에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아 번잡해야 할 놀이터는 늘 한산했다. 홍중 역시, 낡은 이 동네에 시선을 오래 두진 않았다. 그런데, 보통의 날이라면 아무도 없어야 하는 그 놀이터에, 눈에 띄는 누군가가 홍중의 무심했던 시선을 가로챘다.

 

 단정한 흑발에 동그랗고 까만 눈망울로 노을 진 하늘의 빛을 모조리 뺏어간, 그만큼 눈동자가 반짝이는 아이.

 

 홍중은 자신도 모르게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처음 보는 그 아이를 응시했다. 솔직히,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아이를 바라본 가장 첫 번째 이유는 그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홍중은 이 낡아빠진 동네에 살면서 저보다 더 어리거나 나이가 든 사람은 수없이 봤어도 딱 제 또래로 보이는 사람은 처음이었기에 순수한 호기심으로 그 아이를 바라봤다. 처음 보는 애인데 대체 아무것도 없는 이 동네에는 왜 있는 건지. 왜 혼자 그네에 앉아 텅 빈 하늘이나 구경하고 있는 건지. 혹여 이곳에 살고 있던 아이였는데 지금껏 저가 못 보고 살아왔던 건지. 고작 우연히 마주친 것 가지고 홍중은 수없이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 인기척을 느낀 건지, 고개를 돌려 저를 마주한 그 아이를 본 홍중은 생각이 달라졌다. 다가가고 싶었고, 말을 걸고 싶었다. 그 눈동자는 홍중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순수했고, 홍중은 단 한 번 마주쳤을 뿐이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호감을 느껴버렸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홍중을 바라보는 그 아이의 표정이 마냥 순수하다고 생각하기에는 점차 무게감으로 짓눌리고 있었다. 눈빛이 어딘가 서글퍼졌고 마치 사연이 있는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 아이는 결국, 서로를 이어주던 시선을 먼저 거두어버렸다. 뭐야, 왜 그러는 건데. 왜 피하는 거냐고. 까만 머리칼만 보여주는 그 아이를 보며 홍중의 미간은 조금씩 구겨져만 갔다. 괜한 심술이 조금씩 올라와 울컥하고 잇새에서 짓눌렸고, 이내 서운함이 섞인 한숨으로 토해내 졌다. 내가 불편했던 걸까. 왜 이러지. 서운할 게 뭐가 있다고 아무 사이도 아닌, 생판 남인, 처음 보는 사람인데. 눈길 한 번 피한 게 뭐가 그리 아니꼽다고 이러냐. 진짜 언제 이렇게 치졸해졌냐. 홍중은 여전히 고개를 모랫바닥으로 처박고 있는 그 까만 머리칼을 한 번, 눈앞에 있는 저의 집을 한 번, 번갈아 보다 고개를 내저었다. 됐다. 말을 걸긴 무슨. 어깨에 아슬하게 걸쳐진 묵직한 가방을 한 번 고쳐 메고 홍중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홍중은 모를 것이다. 지나쳐 가는 그 자그마한 몸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애는 걸음을 따라 함께 시선으로 저를 쫓았다는 것을.

 

 홍중이 집에 도착했을 즈음은 태양의 반쪽이 자취를 감춘 시간이었다. 푸르스름한 저녁의 하늘빛과 노을이 붉은 기운이 서로를 껴안으며 스며들던 시간. 오랜 시간 손에 들려있던 아메리카노는 찬기를 온통 빼앗겨 진작에 미지근해져 있었다. 얼음이 전부 볼품없이 녹아 마실 가치가 없어진 상태. 홍중은 잠시 고민을 하다, 남은 아메리카노를 그대로 싱크대에 부어버렸다. 손에는 아직 마르지 못한 물기가 촉촉이 서려 있었다. 괜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남아있는 물기나 괴롭히며 시답잖게 장난을 쳤다. 어린아이가 심술이 풀리지 않아 피우는 어리광과 같았다. 하지만 주먹을 쥐락펴락할수록, 물기가 서서히 메말라갈수록, 여전히 묘한 이 기분과 조금 전 마주친 그 아이의 잔상은 지워지기는커녕 점점 선명해져만 갔다.

 

 분명 별일도 없었지만, 모든 것에 특별한 감정을 느낀 이상한 하루였다.

 

 

 

-

 

 

 

 회상은 끝났다. 홍중의 시선은 다시 현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회 시간을 알리는 찌르르한 종소리는 교탁에 비스듬히 걸터앉아있는 담임선생님에게 눈을 돌리게끔 유도했다. 평소 같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무언가 달랐다. 담임이 자꾸만 교실 앞문을 힐끗거리기 바빴고, 그 시선 끝에는 저와 똑같은 교복을 입고 어정쩡하게 뒤돌아 있는 형체가 보였다.

 

 “그…… 오늘부터 같이 지내게 될 아이가 왔으니 잘 대해주렴.”

 

 전학생이 왔다는 간결한 말을 담임은 굳이 베베 꼬아 설명했다. 교실에 담임 목소리의 울림이 퍼질 때마다 문밖에 서 있는 형체는 조금씩 떨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긴장한 여력이 가득했다. 반 아이들 역시 새롭게 맞이할 얼굴에 한껏 들떠있었다. 쟨 가봐. 와 근데 한 학기 놔두고 전학이라니. 신기하네. 수군덕거리는 아이들에겐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제 옆자리를 바라만 볼 뿐. 홍중의 옆자리는, 유일하게 교실 내에 주인이 없던 자리였다.

 

 곧, 뻑뻑한 나무로 된 앞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얼마나 소심한 건지 그 큰 문을 아주 비좁게 열고 빗겨 들어온 전학생은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들였다. 와, 개잘생겼다. 담임 선생님 옆에 나란히 선, 올바르게 보이는 그 아이에 모두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

 

 그리고 그 속, 홀로 조용했던 홍중만 유독 다른 음이 섞인 감탄사를 내뱉었다. 단순한 감탄이 아닌 무언가 많은 뜻을 지닌 탄식이었다. 쟤가 왜 여기 있는 건데. 동그란 두상에 가지런하고 또렷한 흑발. 큰 눈망울에 오똑한 콧대. 왼쪽 가슴에 달린 아크릴 명찰로 ‘박성화’라는 세 글자를 알리는 너는, 일주일 전, 나의 시선을 모조리 빼앗았던, 일주일이 지나도 깊은 생각에 빠지게 했던 그 아이가 맞았다.

 

 그리고 그 아이, 박성화는 김홍중을 바라보며 그때와는 다르게, 미소 짓고 있었다. 오직 홍중만을 눈에 담으며.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단 듯이. 익숙하고 편안하게.

 

 아마, 이때부터였을 거다. 김홍중의 미래가 완전히 뒤바뀐 게.

 

 

 

 

 

 さまよう時の中で君と恋をした

 헤메이는 시간 속에서 너와 사랑을 했어

 

 

 

 

 

 새 학기의 시작과 박성화의 전학 이후 한 달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낯을 가리던 홍중은 너무나 당연하게 비어있던 제 옆자리에 ‘짝’으로 앉은 박성화를 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뭘 하든 기름칠이 덜 된 기계마냥 삐걱거렸고 성화가 저와 친해지고 싶다는 핑계로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 할 때면 더듬거리는 엉성한 대답을 건네곤 했다. 어, 어 그래. 그런가? 그렇지 뭐……. 따위는 제 옆을 성화로 채우고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또한 며칠 가진 못했다. ‘홍중아, 할 말 있어.’ 그 말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인데. 성화는 기어코 그 말을 꺼냈다. 방과 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저를 붙잡곤 운동장 구석에 자리 잡은 벤치로 데려가 입술을 축이며 긴장을 푸려는 저에게 제일 처음 한 말은 ‘혹시, 나 많이 불편해?’ 였다. 홍중은 눈썹을 추욱 내린 성화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낯을 많이 가려서 그래. 서로 해명 아닌 해명과 오해 아닌 오해를 풀며 서툴러도 조금씩 다가가려 했다. 그 끝내, 처음에는 성화가 들이밀고 홍중이 기다렸다면, 이젠 성화가 있는 곳에 홍중이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빨리 나와 입장 늦겠다!”

 “잠깐만!”

 

 서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아무리 정반대인 보색 같은 관계라도 정이 들 수밖에 없다고 그랬다. 열아홉 중, 둘이 함께한 시간은 고작 한 달뿐이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만큼 서로에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같이 등교하고,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야자도 째보고. 그리고 어떤 날에는 꿀 같은 휴식의 시간이 주어지면 둘은 서로의 취미를 공유했다. 성화는 미술을 좋아했다. 저가 그리는 것보다는 다른 예술인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즐겼다. 홍중은 딱히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작은 동물 조각을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하여 관찰하는 성화의 눈이 너무나도 반짝였기에 조용히 그런 성화를 따를 뿐이었다.

 

 “이 작품 진짜 보고 싶던 건데, 드디어 보게 됐네.”

 “여기 전시회 열린 지 꽤 됐는데?”

 “그건 그런데, 혼자 보는 것보단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보고 싶었거든. 둘이 보면 더 의미 있잖아.”

“너 오글거리는 말 원래 이렇게 잘하냐.”

“칭찬 고마워.”

“진짜 이상한 놈.”

 

 말은 이리 틱틱거려도 홍중은 사실, 성화의 솔직한 표현에 꽤나 부푼 기분을 느꼈다.

 

 

 

 홍중이 성화의 시간을 함께 즐겨주는 날이 있으면, 보답으로 성화 역시 홍중의 시간에 관심을 가져줄 때도 있었다. 태생부터 창의적이고 독특했던 홍중은 음악을 좋아했다. 지금은 이루지 못한 어릴 적 꿈. 상상하고 그걸 다시 노트에 옮겨적고. 노트에 삐뚤빼뚤한 글씨가 늘어갈수록 홍중의 꿈의 무게도 점점 무거워졌다. 하지만 부모님과 사회환경이 주는 눈치로 인해 가사 노트는 책장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있었고, 키보드와 마이크는 이미 창고에 방치된 지 오래였다. 제 방에서 씁쓸하게 다 해져버린 가사 노트만 어루만지는 홍중을 보고 있을 때면 성화의 표정 역시 밝은 기운을 잃었다.

 

 “나 네가 만든 음악 듣고 싶어.”

 “그런 거 없어. 진작에 다 버렸는걸.”

 “왜 그만둔 거야?”

 “내가 아무리 잘해보려 해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으니까.”

 

 홍중은 그 뒤로 말이 없었다. 어딘가 불편한 듯 입술만 꾹꾹 씹어댔다. 예전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았다가도 한없이 가라앉았다. 이래서, 보여주기 불안했던 건데. 자신의 약한 점을, 제 사람한테 보여줄 때면 홍중은 늘 겁이 났다.

 

 “됐으니까 딴 거 하자. 밖에 나갈래?”

 “홍중아.”

 

 도망가고, 회피하고. 부정적인 것에 익숙해져 버린 홍중을 다시 끄집어낸 것은 성화였다.

 

 “나는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무슨 말이야?”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아니라, 네가 진짜로 원하던 걸 찾았으면 해. 시간은 우리가 뒤늦게 잡아보려 한들, 절대 돌아오지 않는 거니까.”

 

 서로의 시간을 교환할 때면 홍중은 몰래 생각하곤 했다. 나와는 다르게 자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너를 닮아가고 싶다고. 그리고 그 생각은 제 눈앞에 있는 성화가 아닌 까마득한 기억 속, 얼굴조차 희미한 누군가를 함께 떠올리게 하였다.

 

 “……야 성화야.”

 “왜?”

 “널 보면 말이야.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들어.”

 “무슨 기분?”

 “그냥, 뭔가 되게 소중한데. 너무 까마득한 기억이라 잘 떠오르지 않는 기분.”

 “그게 뭐야…….”

 “있어, 그런 거. 근데 그 기억 속에 가장 중심인 사람이 너랑 되게 닮았어. 아무튼, 그렇다고.”

 “……싱겁긴.”

 “아, 생각해보니까. 걔 이름이 별이었거든. 근데 너도 별이네.”

 “내가 왜 별이야?”

 “너도 이름에 별이 들어가니까.”

 “뭐야, 진짜 이상해 너.”

 

 성화는 어색하게 웃었다. 홍중 역시 그런 성화를 따라 웃었다. 왔다갔다 뒤집히는 대화의 연속에 그 둘은 웃고 있었지만, 어리숙한 느낌보다는 어딘가 비뚤게 자라버린 서글픔을 함께 품고 있었다. 홍중의 가슴 언저리가 바늘에 찔리듯 따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 바늘의 종류는 한가지가 아니었다. 이름을 해석해내기 어려운 수만 가지 감정의 바늘이었다.

 

 

 성화를 만나고, 홍중은 홀로 깊은 고민에 빠져버리는 시간이 나날이 많아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모험이란 걸 알면서도 조금씩 욕심이란 게 피어나고 있는 걸 눈치채버렸다.

 

 

 

-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아침부터 예감이 아주아주 불길한 날. 그런 날에는 하루 운수가 예상과 딱 떨어지게 박살이 나고야 만다. 예상치 못한 쪽지 시험에, 체육 시간 때 보기 좋게 넘어진 것 하며, 가정통신문을 옮기다 계단에서 다 엎어버리고, 유종의 미로 방과 후 청소당번까지. 게다가 이젠 더 할 게 없어서 칠판지우개를 밖에 떨궈버리고 말았다. 재수가 이렇게까지 없을 수가 있나. 홍중은 운수가 완전 뒤집어진 오늘을 원망하며 풀밭에 떨어진 칠판지우개를 찾으러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우개를 줍던 도중, 아주 이상한 물건을 발견하였다. 별사탕 두 개가 박혀있는 투명하고 작은 구슬이었다. 여기 이런 게 왜 있지? 홍중은 구슬을 뚫어지게 관찰하다 교실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넣고 달려갔다.

 

 지우개를 찾아 교실로 돌아왔을 땐, 청소는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있었다. 하지만 저를 기다리겠다던 성화는 어디로 사라진 건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야, 성화 어디 갔어? 창틀에 손걸레를 널던 윤아에게 물었다. 아, 아까, 급한 일이 있다고 먼저 가던데. 너 오면 알려달라더라. 아…… 그래? 알았어.

 

 홍중은 허탈함을 안은 채 짐을 챙겨 교실을 빠져나왔다. 뭔 일이길래 말도 안 하고 간 거지? 뭐 개인적인 거겠지. 오랜만에 혼자 하교하는 길이 어색하여 괜히 똑바르게 고정되어있는 가방이나 다시 고쳐 멨다. 왠지 모르게 조용한 옆자리를 자꾸만 흘깃거리게 됐다. 뭐지 진짜…… 어?

 

 우연이 어떻게 맞아떨어진 건지, 박성화는 양반이 못 되는 건지. 집에 가는 내내 성화 생각만 하던 홍중의 눈에 반가운 형체가 들어찼다. 신호등 앞에서 쇼핑백을 들고 초록 불을 기다리던 성화였다. 홍중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아 뭐야. 어차피 마주칠 거면 뭐하러 일찍 간 거야.

 

 “박성화!”

 

 홍중의 부름을 듣지 못한 건지 성화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사이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었고 성화는 걸음을 재촉했다. 이씨, 야! 자신의 부름을 듣지 못한 게 맘에 들지 않았는지 홍중은 한 번 더 힘 있고 앙칼진 목소리로 성화를 불렀다. 성화는 그제서야 홍중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길을 건너던 중 고개를 틀었다. 어?

 

 “야 너 왜 내 말, ……어?”

 

 성화에 곁으로 달려가던 홍중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밝았던 표정이 경직된 건 한순간이었다. 저 멀리서, 화물트럭이 성화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었다. 신호는 아직 초록빛이었다. ……아, 안 돼.

 

 

 야, 야……! 박성화 피해!!! 홍중의 외침을 들은 성화가 시선을 틀었다. 자신의 앞으로 돌진하는 화물트럭, 동공이 겁에 질려 흔들렸다. 분명 피해야 하는 건데, 어찌 된 것인지 온몸이 굳어 도저히 움직여지지 않았다. 커다란 눈동자 속에 트럭의 형태가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런 몸짓을 취할 수 없었다.

 

 “박성화!!!”

 

 그때, 홍중은 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고 있었다. 행동은 충동적이었다. 눈앞에 굳어있는 박성화만이 온전하게 담겼고 그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그리고 화물트럭과 부딪히기 직전, 성화를 껴안은 홍중에겐,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성화를 품에 안고 눈을 떴을 땐, 이곳은 핏기 가득한 도로도, 지독한 소독약 냄새가 풍기는 병원도 아니었다. 이곳은 지극히 안전하고 익숙한 향을 느낄 수 있는, 홍중의 방 안이었다.

 

 아직도 느껴지는, 온몸에 피가 차갑게 식어가는 소름 돋는 감각. 홍중은 떠지지 않는 눈을 조심스럽게 뜨곤 말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이 상황에 전보다 더한 겁에 질려버렸다. 그리고 두리번거려 확인해본 방 안엔, 성화와 홍중, 둘이 아닌 김홍중, 단 한 명. 오로지 홍중만이 이 안을 채우고 있었다.

 

 

 알람이 울리는 휴대폰 화면 속, 비치는 숫자는 아침 7시. 그러니까, 지금은 사고가 나기 11시간 전. 그전으로 모든 게 돌아가 있었다.

 

 

 

-

 

 

 

 돌아간 시간 속, 홍중을 그려내는 배경은 전부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적당한 온도의 날씨, 엄마가 아침밥으로 차려주신 토스트와 요구르트 한 잔, 그리고 지독히도 운이 없다 여겼던, 모든 것들. 쪽지 시험과 체육 시간, 그리고 청소 당번. 너무나도 똑같은 풍경에 홍중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도 의문투성이인 익숙함 속 괴리감.

 

 하지만, 이미 전부 경험한 일. 홍중은 답을 다 알아차린 쪽지 시험을 5분 만에 풀어 제출하고, 체육 시간에 자신을 괴롭혔던 돌멩이를 가볍게 피해갔다. 이미 모든 걸 눈치채고 있는 하루는 그전과는 다르게 운수가 없기는커녕 너무나도 순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다 체육복에서 다시 하복 바지로 갈아입을 때, 주머니 속에서 덜그럭거리는 무언가를 느꼈다. 아 설마, 아까 그 구슬……. 홍중은 급하게 주머니를 뒤져 시간을 돌리기 전 우연히 주었던 구슬을 꺼내 들었다.

 

 

 구슬 속 별사탕은,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르게, 두 개가 아닌 한 개만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홀로 남겨진 별사탕의 보며, 홍중은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이건, 어쩌면. 박성화를 잃지 않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손에 들린 구슬을 꽉 쥔 채, 방과 후에 가까워지는 시계의 바늘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절대, 눈앞에서 널 놓치지 않을 거라 다짐하며.

 

 

 

-

 

 

 

 물 흐르듯,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시계는 어느새 5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종례는 빠르게 끝나 청소시간이 되었다. 홍중은 혹시라도 생길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야, 박성화. 너 어디 가면 안 돼. 여기서 딱 기다려.”

 “어? 어…… 알겠어.”

 

 홍중은 칠판지우개에 잔뜩 묻은 분필 가루를 털어내면서도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혹시라도 저가 눈을 돌릴 사이 성화가 사라져 있을까 겁이 났다.

 

 “야, 홍중아. 담임이 부르는데.”

 “……어?”

 

 이건, 홍중이 쓴 시나리오에 들어가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그전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예상치 못한 상황. 왠지 모르게 올라오는 불길함에 홍중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왜, 왜 찾으셔, 나를? 그거야 난 모르지. 일단 가 봐. 어, 어…… 알겠어. 담임의 부름이라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아까 성화에게 신신당부했으니 멋대로 혼자 떠나지는 않을 거라 믿었다. 믿고 싶었기에, 두 눈을 질끈 감고 교무실로 향하였다.

 

 

 

 

 ……아. 젠장.

 

 “성화는……? 박성화 어디 갔어?”

 

 이건 반칙이다. 그렇게 일러뒀는데, 저가 교무실을 간 잠깐 사이 박성화는 저 몰래 자리를 떠버렸다. 아, 아까, 급한 일이 있다고 먼저 가던데. 너 오면 알려달라더라. 그때와 똑같은 멘트와 똑같은 시간. 온몸의 감각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한시가 급했다. 홍중은 자신의 짐도 챙기지 않은 채 무작정 교실을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피가 끓어오르는 얼얼한 감각에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달리기만 했다. 내가 조금 더 일찍 도착하면 되는 거잖아. 널 먼저 멈춰 세우면 되는 거잖아. 아직 늦지 않았어. 효과가 없는 걸 알면서도 주문같이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말만 반복적으로 나열했다. 앞으로 닥칠 불길한 미래를 전부 겪은 홍중은 두 번 다시 그 광경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촉박했다.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달렸다. 조금만 더 가면, 문제의 그 신호등이었다. 심장이 터질 듯이 조여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그에 보답하듯, 수많은 사람 사이에 나란히 서 있는 너를 볼 수 있었다.

 

 ……아!

 

 그런데 왜 하필 이럴 때, 신은 나를 외면하는지. 너를 눈앞에 두고, 그렇게 바라던 너를 발견하고 왜 이런 실수나 하는 건지.

 얼마나 급하게 뛰었던 건지, 자신의 신발 끈이 힘없이 풀린지도 모르고 달리던 홍중은 그만, 성화를 눈앞에서 놓친 채 넘어져 버렸다. 다시 일어나고 싶었는데,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깨진 두 무릎에서는 피가 맺혀 쓰라린 상처를 남겨졌다.

 

 그리고 홍중이 쓰러진 사이, 신호는 초록빛으로 바뀌어버렸다. 저 멀리서는 커다란 화물트럭의 두터운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성화는 그런 홍중의 마음도 알아차리지 못해, 원망스럽게도 횡단보도 앞으로 발을 디뎠다.

 

 “아, 안 돼…… 안 된다고!”

 

 새빨갛게 질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화물트럭에 둔탁한 소리도, 주변 누군가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 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숨 막히는 고요함, 그 끝자락엔 안정적이고 나긋한 음성이 홍중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홍중은 그 음성에 답하듯 감은 눈을 크게 떴다. 암흑만이 가득했던 시야에 들어찬 풍경은, 전부 정적이었다. 모든 것이 멈춰선 채, 자신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싼 박성화와 김홍중만이 이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박성화.”

 “역시, 네가 맞았구나.”

 

 내 시간을 돌려버린 게.

 

 전부 눈치채고 있었다는 일정한 말투. 성화의 목소리는 홍중의 심장을 크게 요동치게 하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걸 어떻게 알고 있던 건데.”

 “내가 잃어버린 구슬, 네가 가지고 있잖아.”

 

 쓰러져 있는 홍중을 조심스럽게 일으키고 성화는 손을 내밀었다. 홍중은 홀린 듯, 주머니 속 간직하고 있던 구슬을 꺼내 건네주었다. 구슬 속 별사탕은,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홀연히 사라져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젠 들킬 것도 없는 거 같아.”

 

 전부 알려줄게. 네가 궁금했을 모든 걸.

 

 

 구슬을 들고 있는 성화의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가는 울먹거리던 홍중처럼 붉게 물들어있었다.

 

 

 

 별이. 성화가 어릴 적 잃어버린 또 하나의 이름, 이 이름은 홍중이 지어준 이름이었다. 별 성, 될 화. 누군가의 별이 되어라. 성화는 뜻이 예쁜 자신의 이름을 사랑했고, 어린 시절 성화를 좋아했던 홍중 역시 그런 성화의 이름을 사랑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시간은 그저, ‘추억’이라는 상자 안에 소중히 넣어둔 채 간직하며 살아가야 할 뿐. 성화의 어머니는, 홍중의 어머니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현재의 시간이 아닌 미래의 시간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었다. 미래, 그 세계에서 사랑은 사치였다. 기계와 독재정치가 판을 치는 세상, 그 세상 속에 유일하게 시간을 움직일 수 있던 성화의 어머니는 언제든지 유동적일 수 있는 감정과 사랑을 원했고, 어린 성화에게도 감정이 주는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고팠다. 그랬기에 무모하지만, 성화를 끌어안은 채 과거로 떠나는 선택을 하였다. 하지만, 미래의 사람이 현재를 살아가면, 이 시공간의 규율은 뒤틀린다. 사랑을 원하지만, 자신의 욕심 때문에 저가 그토록 바라던 사랑도 사람도, 전부 잃어버리는 운명을 마주하게 된다. 하여, 성화의 어머니는 이 여행을 끝맺을 것을 다짐한 채, 성화와 함께 홍중과 그의 어머니에게 이별을 고하였다.

 어린 홍중은 아무것도 모르던 순수했던 그 시절, 너무나도 빠르게 느껴버린 소중함에 대한 부재에 한참을 서글프게 울었고, 그들을 찾았고, 끝내 더이상 고통받고 싶지 않았기에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선택을 한 걸지도 몰랐다.

 성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더는 희망을 느끼지 못했던 홍중과는 다르게, 성화는 극히 희미하게 남아버린 그 희망을 꿋꿋하게 붙잡으며, 저의 단 하나뿐인 세상이었던 홍중을 찾아가는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저가 홍중에게 받았던 수많은 ‘감정’과 ‘꿈’, 그리고 ‘사랑’이라는 선물을 돌려주기 위해. 그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시간을 달려왔던 것이다.

 

 

 

 

 별이와 성화. 그 두 단어를 듣는 순간. 홍중은 모든 것을 기억해냈다. 내가 그토록 바라고 기다려 왔던, 잘 가라는, 또 보자는 절실한 작별 인사도 없이 떨어져야만 했던, 그 사연조차 들을 수 없어 한없이 원망하고, 그럼에도 지금껏 마음으로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그 이름.

 

 

 별아. 나만을 하늘에 담아주던 내 별.

 

 미안해. 이제서야 널 온전히 떠올려버려서.

 

 

 눈앞에 성화를 또렷하게 담아내고 싶은데, 자꾸만 눈물이 흘러서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럼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성화는 홍중의 눈가를 살며시 쓸어주었다.

 

 

 네가 별이를 기억해주길 바라고 있었어.

 

 사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난 걸 알고 있어서, 한편으론 포기하고 있었어. 네가 날 알아볼 수 없어도, 나 혼자라도 우리를 기억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너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

 

 그런데, 네가 떠올린 소중한 기억이 나인 걸 알았을 땐, 욕심이 생기더라, 계속 너와 이곳에 머물고 싶다고. 하지만 더는 안 돼. 내가 이 시간에 존재하면, 분명 모든 게 망가질 거야. 난 그걸 알고 있어.

 

 나는 너를 찾기 위해 다시 이곳에 돌아왔던 거야. 우리 엄마가 너희 엄마를 그리워했던 것처럼. 나 역시 사랑했던 네가 그리워서.

 

 하지만 이젠 가야 해. 그래야 네가 너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어. 나는 미래에서, 너는 이곳, 현재에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소중함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

 

 

 

 “미래에서 기다릴게.”

 

 

 

 우리가 나눴던 추억의 조각처럼, 변하지 않고.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내가 너를 찾아냈던 것처럼.

 

 그러니 너도 늦지 않게 달려와 줘.

 

 눈물만 연신 흘리는 홍중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추며 성화는 웃어주었다.

 

 

 이 웃음이었다. 내가 지금껏 잊고 지냈지만 어쩌면 가장 그리워하고 있었던. 가장 동경하고 있었던, 어릴 적 네가 지어줬던 순수한 별이의, 지금은 성화의 것이 된 이 웃음.

 

 눈물이 맺힌 눈이지만, 홍중은 처음으로, 그토록 닮고 싶던 성화의 미소를 따라 웃어 보였다.

 너로 인해 되찾은 행복. 그 행복만이 만들 수 있는 진실한 웃음.

 

 

 따라갈게. 네가 선물해준 그 발자국을 따라. 나를 되찾게 해준 너의 시간으로, 나도 달려가 너를 다시 만난다면, 그땐 네가 그랬던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따뜻하게 끌어안아 줄게.

 

 내 별, 나의 성화야.

 

 

 

 

 세상을 전부 가진 것처럼 벅차올랐다.

 우리의 끝은 이별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あの日の君を忘れはしない

 그날의 너를 잊지 않을 거야

 

 

 

 

 

 이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되돌아갈 수도 건너뛸 수도 없는, 현재의 시간만이 느낄 수 있는 일상.

 

 그 일상 속 홍중은 아주 평범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젠 누군가의 손에 따라가던 입시가 아닌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음악을 다시 붙잡게 되었다. 키보드와 마이크. 창고 구석에 박혀있던 친구들을 꺼내 먼지를 닦아내니 새것처럼 제 기능을 뽐내었다. 주말엔 시간의 틈이 생기면 저와 한뜻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잘 닦아낸 친구들로 작은 버스킹을 하였다. 사람들의 박수와 악기의 소리가 만들어내는 선율은 시원한 기운이 불어오는 바람과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자유롭게 흩날릴 수 있는 삶. 홍중은 그 삶 속에 여전히 웃고 있었다.

 

 

 오늘은, 유독 하늘이 맑았다. 고개를 들자, 투명한 햇빛이 인사를 건네주었다. 눈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갈라지는 그 빛의 조각은 누군가의 품처럼 따스했다. 그리운 체온과 잔상이 자꾸만 아른거리는 기분.

 

 

 한 발짝 두 발짝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고 산뜻한, 태양의 온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오늘은,

 

 아주 황홀하고 푸르른 늦여름의 날씨였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성홍러 여러분!!!!!!!!!!!!!!!!!!!!!!!!!!!!!!

(밀)크티입니다.

 

짜잔, 제가 아직 포스타입이나 뚜렷하게 보여드릴 수 있는 글을 올려본 적은 없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로 인해 한 번 끄적일 수 있게 되었네요. 너무 오랜만에 써보는 긴 글이라 보여드리는 게 많이 긴장되고 떨리기도 합니다. 하하.

사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작품이 한두 번만 봤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고 합작 마감을 개인사정으로 인해 늦게 시작했더니 시간이 많이 촉박하여 퀄리티가 다소....아니 아주 매우매우 부족한 글을 보여드리게 되어 참 아쉬운 부분이 많은 거 같네요...ㅠㅠ ((합작주님 사랑합니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 저는 제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우리 성홍 존잘러분들께 샌드당하여 그저 영광스러울 뿐입니다. 저를 밟고 지나가 주세요!

아무튼, 모조록 써본 글이 입맛에 맞으시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사실, 늦은 시기에 에이티즈를 잡고 성홍을 하게 되면서, 제가 이렇게까지 진심을 다해 좋아하고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한 애들이 있을까하는 정도로 애정이 많이 가는 시피는 처음이라, 써내려가면서 원작 내에 세계관을 보여드리는 동시에, 제가 할 수 있는 성홍의 캐해 역시 보여드리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처참히 실패한 듯 하지만

 

그래서 원작 내에 호두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매체라면 저는 ‘성’화라는 이 예쁜 이름을 돋보이게 하고 싶어 호두를 별사탕이 박힌 구슬로, 또 성화의 이름을 따서 성화의 어린 시절 이름을 ‘별이’(not 문스타언니)로 지어내 봤답니다. 실제로 별이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부르는 성화의 애칭이기도 해요. 껄껄. 어찌 보면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도 그런 것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순수하고 아이같은 묘사를 원했던 거 같네요.

 

휴, 아주아주 부족하고 빈틈이 수없이 보이는 글이지만, 그래도 쓰면서 내내 상상으로 만들어내는 성홍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에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역시 여름청게하면 성홍갑))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있게 해주신 합작주님께 정말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저는 지나가던 하찮은 먼지에 불구하지만.... 함께 많은 수고해주신 협력진분들, 참여진분들, 그리고 작품 관람해주시는 모든 성홍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스페셜 땡쓰 투 박성화 앤 김홍중 o.<

 

 

항상 여러분께 행복이 따르는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네요. 늘 건강하시고 유쾌한 하루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두서없이 쓴 글, 이상 마치겠습니다. 예쁜 성홍하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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